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1) by 만필

감독 윤종빈
출연 최민식(최익현), 하정우(최형배), 조진웅(김판호), 마동석(김서방), 곽도원(조범석), 김성균(박창우), 김혜은(여사장) 

 영화의 제목이 드러내고 있듯, 영화는 80년대 한국의 조폭을 청산하기 위한 '범죄와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그 전쟁의 과정에서 건달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범한 민간인도 아닌 이른바 '반달' 최익현이 걸어온 '그쪽 세계'의 여로를 보여준다. 조폭 계의 큰 인물도 아닌 듯 보이는 반달 최익현의 삶을 영화로써 만들 수 있는 이유에는 그의 기회주의자적 면모가 크게 작용한다. 조폭 계에 입문하기 전부터도 '범죄'를 저지르던 그가 조폭 계에 발을 담그면서부터 그의 '범죄'는 한 발짝 물러서는 듯 보인다. 그로인해 그는 뒤에 물러나 있고 보다 직접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은 (예전부터 범죄를 저지르고 있던) 최형배로 전이된다. 보통의 기회주의자를 그린 작품들이 해당 인물의 전성기와 파멸을 동시에 그리는 반면,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범죄로 규정할 수 있는 마지노선에 있어서도 간접적으로 움직였던 그는, 영화의 주된 사건인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간접적인 위치에 놓이게 된다. '전쟁'의 대상이 '범죄'인데, 완전한 '범죄'의 행각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기회주의자답게 간접적인 '범죄'의 영역에서 다시 간접적인 '전쟁'의 영역으로 옮아가는 최익현은 한국 사회의 공권력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여지를 남겨둔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작용한 인간 '최익현'은 어떨까. 여기서 포인트가 되는 점은 그가 그토록 중시한 '가문'의 영역이다. 그가 박쥐 같은 행동을 일삼기 위해 비장의 카드로 내놓은 '가문'이라는 기준은, 남성에서 남성으로 이어지는 구조, 즉 가부장적 사고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가부장적 사고방식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이 아니다. 또 다른 남성, 즉 최형배이다. 최형배가 조폭으로서 파멸의 과정을 밟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비록 무지하게 멀지만) 한 가문의 테두리 안에서 받아들였던 최익현의 사고방식이 된다. 일반적인 가문이 남성에서 남성으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볼 때, 한 가문의 테두리 안에서 남성과 남성으로서 연결지어지는 최익현과 최형배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으로 대치된다. 촌수가 그렇게 먼 사람인대도, 호칭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 때문에, 그리고 최익현의 권모술수 때문에, 최익현을 '대부'라고 부르는 최형배에게 '아들'이란 감투를 씌우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이 둘의 관계가 실제 부자지간이 아니기 때문에 벌어지는 심리적인 간극이다. 만일 둘의 관계가 친부자였다면 이 영화의 주된 상황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최익현과 그의 실제 아들처럼 권위적인 아버지와 순종적인 아들의 관계로 맺어질 것이다. 때문에 최형배는 최익현을 아버지처럼 섬겨 충성을 바치지 않는 상하관계의 오묘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최익현은 최형배와의 관계에 있어서 아들에게 대하듯, 그 위를 점하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이 둘의 관계를 스크린 밖으로 끌어내 보면 이들의 관계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상황들에 적용된다. 사회생활을 하며 만나게 되는 사수와 부사수, 혹은 선임과 후임, 혹은 상사와 부하의 관계가 그것이다. 이 다양한 현실적인 관계에서 '우리는 한 가족!'을 외치는 '윗사람'을 조심하라는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분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영화의 내러티브는 은근히 복잡하다. 세분화해 보면 이 영화에는 3~4개의 이야기가 직조되어 있고, 그 이야기들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선에 최익현이 놓여있다. 이 이야기들의 교차되는 순간을 놓치게 된다면 최익현의 경험을 제대로 정리할 수 없을 수도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 끈을 놓치지 않고 잘 파악한다면 이 영화가 영리하게 구성되어 있다고 느낄 수 있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개콘의 대사 같다) 소재를 흥미있게 만드는 요인에는 내러티브가 분명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영화를 흥미있게 만드는 요인에서 최민식 씨의 연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이 영화의 부제인 '나쁜놈들 전성시대'를 '최민식 전성시대'라고 바꾸어도 무방할 만큼 그의 연기는 그저 '잘한다'라는 세 글자로 밖에 표현할 수 없게 한다. 하지만 그에 비해 몇 몇 조연들의 연기는 눈에 거슬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은 케바케인 듯 하나, 괜시리 아쉬운 점은 지울 수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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